• 한국패션사(史)의 영원한 전설, 원로 디자이너 진태옥 선생
  • [2016-07-06]
  • 이상일 기자, sileetex@hanmail.net
한국패션사(史)의 영원한 전설, 원로 디자이너 진태옥 선생

한국패션사(史)의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원로 디자이너 진태옥(83)선생은 수많은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전설적인 롤 모델로 통한다.
그런 그가 지난해 10월, 20일간에 걸쳐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반세기 패션인생 열정을 담아낸 ‘디자이너 데뷔 50주년 특별전 개최 및 패션북’을 발간해 큰 관심을 끌었다.
이번 특별전은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파리 루브르 박물관 국립장식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한국 공예전’을 큐레이팅한 서영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참여했으며, 건축가이자 공간 디자이너 임태희 소장과 함께 진태옥 디자이너의 아카이브에서 발췌한 80여벌로 전시장을 구성해 선보였다.
이와함께 진태옥 디자이너의 데뷔 50주년을 기념하여 패션북 ‘JINTEOK: ANTHOLOGY’도 발간해 선보였다.
패션북 ‘JINTEOK: ANTHOLOGY’에는 김석준, 목정욱, 신선혜, 안주영, 주용균 등 젊고 재능 넘치는 패션 사진가 5인이 참여하여 각자의 빛과 시선으로 한국 패션의 모던과 미니멀리즘 선두주자 진태옥 디자이너의 옷을 해석했다.
진태옥 디자이너는 데뷔 40주년인 2005년에도 당대 최고의 한국 패션 사진가들과의 작업을 통해 첫번째 패션북 ‘Beyond Nature’를 출판한 바 있는데 이번 50주년 기념 패션북도 첫번째 패션북을 기획했던 서영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조율 아래 완성됐다.
패션북은 약 200페이지 분량의 타블로이드 판형으로 제작되었으며, 특히 과거 진태옥 디자이너와의 인연으로 화제가 됐던 세계적인 패션 평론가 수지 멘키스가 서문을 써 감동이 더해졌다.
진태옥 디자이너는 1993년 우리나라 패션디자이너 최초로 프랑스 파리 프레타 포르테 무대에서 단독으로 쇼를 선보인 바 있다. 첫번째 파리 쇼가 끝나고 무대 뒤편에서 숨을 고르고 있던 그녀에게 “당신과 악수를 하려고 5분을 기다렸다”며 한 외국 여기자가 사람들 틈을 비집고 걸어와 손을 내밀었다.
그 여기자가 당시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에서 일하며 전 세계 패션디자이너들을 쥐락펴락했던 수지 멘키스였다.
진태옥 디자이너는 “한국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 한참 설명하다 결국 포기하던 시절이었다. 당시에도 세계적인 패션 평론가로 인정받고 있던 수지 멘키스가 제 첫 파리 무대를 보고 찾아왔다”며 2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 순간에 감동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현재 ‘인터내셔널 보그 에디터’로 일하는 수지 멘키스는 이번 패션위크 기간에도 방한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한국 패션에 대한 전 세계 관심을 대신하기도 했다.
1934년 함경도 원산 출생인 진태옥 디자이너는 1965년 여성복 브랜드 ‘프랑소와즈’로 패션계에 발을 들여놓은 후 1979년 파리전시회 출품, 83년 미국 뉴욕 쇼룸 개설 등을 통해 한국 패션의 지평을 세계무대로 넓혔다.
1988년 서울올림픽 유니폼 디자이너로 활동했으며 1990년 스파(Seoul Fashion Artists Association) 그룹을 결성 및 초대회장을 맡으며 국내 최초의 정기컬렉션을 시작해 한국패션계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
1993년 10월부터 1997년 10월까지 파리 컬렉션에 한국 대표 디자이너로서 여성복과 남성복으로 각기 2회씩 연4회 작품을 발표했으며 1994년 상공부장관 최고 디자이너상을 수상하게 된다.
미국 버그돌프굿맨, 니만마커스백화점 등 서구와 아시아 등 11개국 31개 매장에 디자인작품을 수출한 그녀는 1998년 10월 영국 파이돈사가 발행한 ‘더 패션 북’에 한국 디자이너로는 유일하게 20세기의 세계적 디자이너로 수록됐으며, 2007년에는 정부로부터 화관문화훈장을 수상했다.
“한·불수교 100주년 때 파리에서 쇼를 할 때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지만 이번 130주년 때 가니까 얼마나 반응이 좋은지 정말 감탄하고 눈물이 났다. 그동안 우리나라 국력이 그만큼 강해졌다. 그러한 국력을 바탕으로 우리 젊은 디자이너들이 세계로 나아가 세계적인 디자이너로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응원해주기를 부탁드린다.”는 소망도 밝혔다.
한편, 지난 2016 S/S 헤라서울패션위크 전야제로 진태옥 디자이너 특별전 오프닝 리셉션이 열렸다. 많은 후배 디자이너들을 비롯해 패션관계자, 지인들이 함께하여 여왕의 50주년을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반세기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패션 서사시에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13년 데뷔 60주년을 기념한 바 있는 대한민국 최초의 패션디자이너 노라노 디자이너(87)가 참석해 진태옥 디자이너의 데뷔 50주년을 축하하는 장면은 많은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감동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의 남은 인생 여정도 패션과 함께 영원할것으로 축원드린다. <李相一 본지 발행인>
<저작권자(c)패션리뷰.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