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상]면방업계의 대부, 고(故) 김각중 경방그룹 회장
  • [2012-06-09]
  • 이상일 기자, sileetex@hanmail.net
면방업계의 대부, 고(故) 김각중 경방그룹 회장

고(故) 김각중 경방그룹 회장이 얼마전 87세의 일기로 별세해 안타까움과 함께 슬픔을 던져줬다. 필자는 과거 80년대 중후반에 면방업계를 출입하던 기자 시절 그와 몇 번의 대면을 가진바 있고, 공식석상에서도 자주 뵈어온 업계 원로다. 당시는 정방기가 3백 50만 추에 달할 정도로 면방업계가 활황이였던 시절이라 담당기자 역시 호경기를 만끽했다.

초대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회장으로서 그는 열정을 갖고 동업계를 위해 무던히도 뛰던 역동적인 기업인이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면방, 화섬, 봉제업계 대표가 3년씩 순환해 맡기로 내규를 만들었는데, 김각중 당시 경방 회장이 면방업계 몫으로 초대 섬산련 회장을 맡은 것이다.

당시에 섬산련은 지금의 대치동 섬유센터가 아닌 회현동 구 무역센터(지금의 아시아나 항공본사 사옥)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는 매주 월요일마다 섬산련에 출근해 업무보고를 받을정도로 많은 열정을 쏟아왔다. 온화한 성품과 백발의 젠틀맨인 고(故) 김각중 회장은 타고난 친화력과 자중자애한 성품으로 모두가 섬기고, 따르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로서 그의 타계에 가슴이 애닳는다.

국내 최초 면방직 기업인 경방그룹을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키며 우리나라가 섬유대국이 되는데 초석을 다진 김각중 회장은 1925년 고(故) 김용완 회장의 1남 4녀중 장남으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모친인 고 김점효 여사는 인촌 김성수 선생의 막내 여동생으로, 고인은 김상하 삼양그룹 회장과 고종사촌 간이다. 온화한 성품에 친화력이 남달랐던 김 명예회장은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제26, 27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했다. 당시 부자(父子)가 나란히 전경련 회장을 지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부친인 고 김 회장은 1964~1966년, 1969~1977년 등 총 10년간 전경련 수장을 맡았다. 부자가 무려 6대 14년 동안 재계 총수 자리를 맡은 이색 기록은 고인의 탁월한 인품과 리더십 덕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김 명예회장은 1944년 연희전문학교(현재 연세대) 이과를 졸업, 미국 베리어대를 거쳐 유타대에서 이론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5~1971년 고려대에서 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경방에 입사해 50세인 1975년 선친의 뒤를 이어 회장에 취임했다.

회장 취임 이후 경기불황기인 1981년에는 사장으로 자진 ‘강등’하는 모범을 보이며 회사를 정상궤도에 올려놨다. 1987년 수출 1억 달러 돌파라는 신기원을 달성해 회사는 물론 한국 섬유산업의 전성기를 이끌어냈다.

중앙염색가공회 회장, 한국섬유기술진흥센터 이사장, 섬유산업연합회 회장 등 굵직한 역할을 도맡아 섬유산업이 대표 수출산업으로 자리 잡는 데 기여했다.

서울상공회의소 상임위원, 한일경제협의회 부회장, 제일은행 회장 등을 역임하며 우리 경제발전에 큰 영향력을 끼쳤다. 1983년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했으며 이탈리아, 핀란드, 뉴질랜드로부터는 공로훈장을 받았다. 또한 1999년에는‘20세기 한국을 빛낸 30대 기업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1990년대 들어 방직업이 하향세로 접어들자 사업 다각화에 나서 경방필백화점을 운영했고 2009년 옛 경성방직 자리에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를 성공적으로 개장했다. 현재 타임스퀘어는 안정적인 자리를 잡아 CGV영화관, 이마트 등이 자리해 서부권역의 새로운 쇼핑 1번지로 부상하고 있다.

김 명예회장은 인재 육성에도 각별한 심혈을 기울였다. 장학재단인 경방육영회를 운영하며 2010년까지 총 6500명의 학생에게 43억원에 이르는 장학금을 지급했다. 유족은 부인 차현영씨와 아들 준(경방 대표이사 부회장)·담(경방 타임스퀘어 대표이사)씨, 딸 지영씨 등 2남 1녀가 있다.

한편 고(故) 김각중 회장은 지난 4월 22일 면방업계를 비롯해 정, 관계, 언론계 인사 등 많은 조문객이 애도하는 가운데 회사장으로 엄숙하게 장례식이 치러졌다. 다시한번 그의 타계를 애도하며 부디 하늘나라에서 영면하시기를 기도 드린다.
부디 평안하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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