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안 패션 칼럼]패션 메타커머스에 주목!
  • [2022-08-07]
  • 취재부 기자, kjujuy@naver.com
메타버스는 요즘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이다.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을 의미하는 ‘META’와 ‘세상(UNIVERSE)’이 합쳐진 합성어로, 3D 기반의 디지털 공간을 의미한다.

이 곳에서는 아바타를 통해 놀이, 문화, 기업 활동 등이 모두 가능해 ‘3D SNS’, ‘Z세대 놀이터’로 불린다.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으로는 미국의 메타버스 기반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와 국내 네이버의 ‘제페토’가 있다.

편의점(CU), 호텔(한화호텔앤드리조트) 뿐 아니라 최근 백화점과 홈쇼핑 등 젊은 층들이 주축이 아닌 업계에서도 메타버스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CU는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점포를 3개나 열었다.

목적은 마케팅이다. 메타버스를 통해 디지털 상품을 먼저 선보여 고객 반응을 살피고, 오프라인 상품이나 브랜드를 런칭하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 테스트와 홍보 채널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최근 패션 업계가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디지털 패션 브랜드를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에프엔에프는 연초 메타버스 패션 브랜드 ‘수프라’를 런칭하고 이례적으로 메타버스 플랫폼과 자사몰에서 제품을 공개했다.

‘수프라’를 영 층을 겨냥한 글로벌 서브컬쳐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것. 이미 SNS 채널을 통해 수 십 만 명의 글로벌 팬덤을 확보하고 있는 ‘수프라’는 원디스리뷰션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2007년에 런칭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로 이랜드, 케이스위스 등을 걸쳐 2년 전 에프앤에프가 상표권을 최종 인수했다. 소득 양극화로 프리터족, 딩크족, 욜로족과 같이 계층 이동에 대한 의지가 약한 사람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상품의 디자인 비즈니스는 월드맵(가상공간), 3D 디자인(아바타 착용 의상), 아이템 숍(상점) 등으로 세분화되는데, 월드맵은 에스제이클루 등 3~4개사가 영업 중이고, 3D 디자인은 클로버추얼패션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아이템 제작은 주로 프리랜서 크리에이터들이 담당한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중에서도 10대인 Z세대, 잠재 소비자가 될 이들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궁극점에는 커머스가 있다. 향후 사람들이 모여들 가능성이 높은 공간인 메타버스에 유통업체들이 직접 찾아가 제품을 팔겠다는. 이른바 ‘메타 커머스’인 것이다. 가장 먼저, 해외 유저들이 대다수인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커머스 기능을 도입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냐는 의구심이 있다.

제페토는 네이버의 플랫폼이지만 해외 유저 비중이 90%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3D 샘플 제작을 전문으로 해온 클로버추얼패션은 ‘클로(CLO)'와 ‘마블러스 디자이너’ 등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의상 디자인 소프트웨어부터 디지털 의상 플랫폼, 가상 피팅까지 패션 상품 디자인에 특화돼 있다. 그러나 당장 내일 실현될 미래는 아닌 것이다. 플랫폼 시장의 구조적 한계도 무시할 수 없다.

메타버스가 메타커머스로 나아가려면 현실과 비슷한 수준의 인구가 활동하는 무대가 마련돼야 한다. 이 정도 규모의 메타버스 플랫폼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 국내외 기업이 앞다퉈 메타버스 플랫폼을 선보이고 있다.

향후 메타버스 플랫폼이 난립하는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메타커머스 사업의 효율성은 낮아진다. 다양한 플랫폼을 커버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메타버스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주목받았다. 오프라인 활동이 제한되고, 현실에서의 소비가 어려워졌다. 자연스럽게 사람과 돈이 온라인으로 향했다.

이런 상황은 코로나19 이후 바뀔 수 있다. 장기 운영도 보장되지 않는다. 신기술이 적용된 플랫폼이 얼마든지 기존 플랫폼을 대체할 수 있다. 이는 메타커머스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진다. 자신이 구매한 가상 상품의 가치가 낮아질 수 있어서다. 메타버스에 대한 접근 방법이 틀렸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은 개념을 잡아가는 단계다. 수익모델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없다. 반면 국내에서는 가상화폐·대체불가토큰(NFT) 등의 미래 가치에만 집중해 메타버스를 바라보고 있다. 메타버스의 활용 방법을 연구하기보다 돈이 될 수 있다는 ‘희망’에만 기대고 있다. 국내 유통업계도 마찬가지다. 메타커머스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경쟁과 마케팅 카드로 메타버스를 소모하고 있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부 차원에서 메타버스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정책적 기반을 갖춰줘야 한다. 나아가 메타버스 내 법적·윤리적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 메타버스에 대한 사회의 신뢰를 높여야만 관련 산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시장이 성장한 후에야 규제에 나섰던 과거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물론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메타버스가 메타커머스로 진화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마트 폰과 인터넷도 초기에는 쓸모 없는 것으로 치부됐다. 초기 컴퓨터 역시 단순 텍스트를 출력하는 기계에 불과했다. 이들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다양한 실험을 이어간 기업들이 오늘날 세계 주요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메타버스가 제2의 컴퓨터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국내 유통 기업이 대표 메타커머스 기업으로 인정받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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