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섬유박물관 특별전 ‘대구섬유, 우리 삶을 바꾸다’개최
  • 2021년 10월호, Page78
  • [2021-10-01]
  • 취재부 기자, kjujuy@naver.com
대구섬유박물관은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과 함께 9월 16일부터 11월 21일까지 특별전 ‘대구섬유, 우리 삶을 바꾸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K-museums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국립민속박물관과 함께 공동기획전으로 열게됐다.

대구경북섬유직물공업협동조합(이사장 이석기)이 대구섬유박물관 운영을 맡은 이래 첫 번째 기획전이다.

섬유도시 대구와 대표적인 제품을 통해 변화된 우리 삶을 조명하는 전시는 2부로 구성된다.

‘1부-대구, 섬유를 꽃피우다’ 에서는 대구의 섬유산업과 공장노동자, 섬유를 사고파는 시장 상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2부-대구섬유, 생활을 바꾸다’에서는 주요 섬유 생산품 가운데 전국적으로 인기 있었던 옥양목, 양복지, 나일론을 소개하고 그로 인해 변한 우리의 일상이 소개된다. 300여 점의 근현대 자료와 사진, 영상을 통해 대구섬유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보자.

6·25 전쟁이 끝나고 섬유 소비가 늘어나자, 대구는 섬유공장 기계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1950년대, 대구 비산동에서 부친이 섬유공장을 운영했던 이장백씨는 “대구시민을 먹여 살린 것은 섬유다. 넓게는 경북까지 먹여 살렸다. 당시에는 비산동에만 50개가 넘는 공장이 있었다.”고 기억을 전했다.

대구는 광복 이후 우리나라 산업화·도시화를 이끈 섬유산업의 중심지이다. 일제강점기부터 실을 생산하는 많은 제사공장(製絲工場)이 있었고, 상대적으로 6·25전쟁의 피해도 적어 한반도 최대 직물 산지로 성장하였다.

전시 1부에서는 6·25전쟁 이후 섬유도시 대구의 형성을 보여주는 ‘대구상공시가도(1954)’, ‘대구시도시계획도(1956)’, 대구의 대표적인 섬유공장과 여러 상표 등이 전시된다. 더불어 섬유를 만들고 팔았던 공장 사람들과 시장 상인들의 생생한 인터뷰도 마련되어 있다.

1950년대 대구의 섬유공업이 활기를 띠면서 광목, 포플린, 옥양목 등 면직물 생산량이 크게 늘었다. 이중 옥양목(玉洋木, calico)은 표면이 옥처럼 고운 하얀 서양무명으로, 부드럽고 섬세하여 전국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귀한 면직물로 여겨져 혼숫감으로도 많이 이용되었는데, 전시 2부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시집가는 딸에게 어머니가 직접 지어 보낸 ‘옥양목 버선과 앞치마’ , 혼수품으로 준비한 ‘상복용 치마저고리’, 옥양목 ‘보자기’ 등을 선보인다.

광복 이후 서구식 복장이 유행하면서 마카오·홍콩 등지에서 밀수입한 양복지로 옷을 맞춰 입는 ‘마카오 신사’ 가 등장하였다. 1954년, 대구에 제일모직이 설립되고 1956년부터 본격적으로 모사(毛絲)를 생산하며 골덴텍스 양복지를 출하하였다. 품질 좋은 국산 양복지는 서문시장을 통해 전국으로 퍼져나갔고, 마카오 신사를 물리치며 비싼 수입 양복지를 대체하였다.

이후 양복지는 코트, 모자, 장갑, 교복 등 다양한 제품에 활용되면서 겨울을 더욱 따듯하고 멋있게 보낼 수 있게 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산 모직물의 신호탄을 울린 제일모직의 ‘장미표 털실’과 상표, ‘골덴텍스 양복지’, ‘맞춤 양복’ 등을 만날 수 있다.

지금은 흔해 빠진 나일론이지만, 국내에 처음 소개된 1950년대에는 멋쟁이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고급 섬유였다. 나일론 적삼 하나 없다고 부부싸움 끝에 비관 자살한 여인이나(1955. 07. 16. 조선일보), 나이론 치마를 안 사준다고 부모를 비난하던 딸이 자살을 기도한 신문 기사(1955. 08. 12. 경향신문)가 전해질 만큼 당시 나일론에 대한 인기는 실로 대단했다. 수입에 의존하던 고급 소재였던 나일론이 저렴하게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1963년, 대구의 한국나이롱(주)에서 본격적으로 나일론을 생산하면서부터이다. 이번 전시는 그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나일론 스타킹’, ‘한복’, ‘낙하산지 블라우스’부터 ‘모기장’, ‘우산’, ‘칫솔’ 등에 이르는 생활용품에까지, 우리 생활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나일론 제품을 재조명한다.

전시장에 재현된 1950~80년대 주거공간에서는 당시 생활 속 섬유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섬유는 늘 우리와 함께하며 생활을 변화시켜왔다. 가족, 연인과 함께 대구섬유박물관을 찾아 대구섬유와 함께 해온 우리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생활 속 섬유가 전하는 시대적 유행과 의미를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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